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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

검은 방

검은 방 - 김지하

 

 

밤마다
앞뒤 좌우 다 끊고

검은 방
든다

들숨 날숨
기억도 희망도

한가닥 남겨진 자존과
오랜 죄의식마저도 아예
멀리 끊어 흩어버리고 밤마다

검은 방
든다

캄캄한 어둠 저편에
희미한
영신들 널뛰는 소리

뼈마디 우둑이고
온몸 뒤틀리고
뒤트는 옥돌 신음소리 신음소리

밤새워 앓던 나
내 속의 나
道인가 되살아나
새 몸뚱이로 되살아나
이윽고
방을 나선다

어둠속 아득한 곳
나를 이끄는
반딧불 같은
난초잎 서걱임 같은
아내의
작고 희미한
웃음소리 단 한번

그리고
누군가의 나직한 목소리
  '당신을 아직은 살려두리니
  가루가 되도록 일을 하시오
  늘
  모심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걸으시도록!'

그리하여
다 끊고
이젠 밤마다
검은 방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