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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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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정호승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떠날 때는 내 돈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너에게 단 한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을 때

  나는 촛불을 들고 강가로 나가 물고기에게 말한다

  물고기는  조용히  지느러미를  흔들며 내 말을 듣고만 있을 뿐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므로

 

 

  내 산을 모두 밭으로 만들어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네 밭을 모두 산으로 만들어 내가 가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제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을 때

  기어이 인간을 버리고 혼자 울고 싶을 때

  나는 강가로 나가 물고기의 허리를 껴안고 운다

  침묵만이 그들의 언어이므로

  침묵 외에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