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그 냄새 - 함성호
너의 입 술은 주목나무 열매보다 붉다 입술의 향기 - 훅 미쳐오는 너의
몸 안의 기억, 너의 붉은 입냄새에 취해, 시방 나는 비점막을 뚫고 뇌에 도
달하는 백색 코카인 가루보다 더 깊이 너의 색(色)을 흡입한다 - 후각이야
말로 피의 감각이지
(사랑한다는 환청까지)
괴로웠던 그날의 기억을 일깨우는
고통의 냄새는 우리를
호두 껍질 같은 작은 욕조 속에서
처음의 사랑을 나누게 하네
어떤 여자도 다른 여자의 기억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네
이 치명적인 기억 - 지워지지 않는 살내음, 의식을 지배하는 음식의 향
기, 전체로 다가오는 장소의 냄새, 고통 받으면 받을수록 필사적으로 행복
해지려는 몸처럼
너를 향해, 온몸을 휘청 기울어지게 하는 기억-, 그 냄새
고요하게, 아주 천천히, 그러나 나중에는 거대하게 무너져 내리는
저 해식애처럼
너의 몸에서 나의 몸으로 붕괴하는
이 깊은 절벽
혀끝에서 입 안으로, 기도를 타고 넘어오는 코끝의 감각-너의 냄새로,
이미 나의 것이 아닌 기억들이 결코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풍경이 아닌
풍경을 펼치며 잊었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여기에서 여기의 바깥으로 (전
체로) 나의 바깥으로 나를 이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