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시
식당의자 - 문인수
yahon
2007. 9. 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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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자
문인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안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 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