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torBike

10년만에 복귀

2004년 VTR-SP1을 마지막으로 바이크를 잊고 살았다.


10년간 바이크를 타고 싶다는 마음은 가끔 스멀스멀 피어올라왔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던 적이 딱 한번 있었다.

2012년 혼다코리아에서 PCX시승행사를 하였고 아무생각없이 신청하였는데 선정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이나 설레며 밤잠을 설쳤을 정도로 기뻣다. 


차를 받고 타고보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맞바람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것만 같았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도 보고 등에 낚시대를 매고 낚시를 다녀오기도 하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맞이하였고 그 날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낚시를 한 후 국도를 이용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국도를 갈아타 던 중 그만 뒷타이어가 터지면서 하이사이드가 발생하였다. 라이딩 자켓을 입고 있었지만 옷이 위로 들려올라가 가슴과 배 그리고 팔목 일부가 쓸렸다. 다행히 뒷차가 멈춰주어서 2차 사고는 나지 않았다.

타이어 터짐은 이전에 발생한 교통사고 잔해물을 밟아 발생하였다. 일단 차는 혼다에서 직접 싣고 갔고 나는

집사람 차를 타고 병원에 들려 귀가하였다. 그 이후 나는 바이크의 바짜도 못꺼내는 처지로 다시 3년을 보냈다.


삶이 다시 무료해지기 시작한 어느날 다시 바이크에 대한 관심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고 와이프와의 오랜 흥정 끝에

하야부사를 구입하게 되었다(글은 짧지만 과정은 어마어마함)


차를 구입하러 강원도 홍천까지 내려가 용달로 가져왔다. 모든 라이더가 그렇듯이 사랑하는 애마를 떠나보내는 차주의 

표정은 참으로 슬퍼보였다.



차를 집으로 가져와서 처음으로 시승을 해보았다(주차하러..). 뭐 10년전 R차만 3년을 타던 내게 하야부사의 포지션은 정말 편했다.F차로 착각할 정도...퇴근 후 막걸리로 간단하게 고사를 지내고 처음으로 차를 끌고 도로로 나왔다. 10년만에 처음 타는 바이크라 해도 자세나 클러치 사용에 크게 괴리감은 없었지만 단 한가지, 이 차가 내가

생각하는데로 움직이지 않는것에 크게 당황했다.


집에서 출발한지 1분만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으며 "내가 이걸 왜 샀지? 이래서 나이 먹으면 R차 안타는구나"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바이크 시승기를 보면 하야부사가 생각보다 날렵하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차가 그냥 잘 안움직이는 돼지같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간신히 주유소까지 도착해서 기름을 넣고 다시 출발.. 조금 여유를 갖고보니 왜 내맘대로 안움직이는지 원인을 찾았다.

첫번째, 핸들에 너무 힘을 주고 있었다. 심지어 깜빡이를 못켤정도로 손에 힘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체중이동을 하지 않아서 차를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 


두번째, 내가 타왔던 차들을 몰던 버릇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R1->R1000->VTR SP-1. 모두 리터급 레플리카이다. 특히 마지막에 탔던 SP1은 경우 2기통이라 4기통 바이크 보다 더욱더 컨트롤하기 쉬웠다. R1,R1000을 탈 때 우연하게 듀카티를 탈 기회가 있었는데 이건 뭐 그냥 125cc 같았다. 그냥 고개만 돌려도 바이크가 알아서 누워주는 정도?

그래서 VTR-SP1을 구입한 계기가 된 것이다.


나는 하야부사를 SP1처럼 컨트롤하면서 똑같이 돌아나가길 바랬던 것이다.하지만 아니였다.이 돼지를 내가 생각하는 만큼 돌아나가게 하려면 더욱더 체중이동을 해주어야 했다.특히나 시트고가 R차에 비하면 굉장히 낮기 때문에 실제로도 더 체중이동을 시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 10분 타고 나니 머릿속에 이 돼지에 대한 정리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으며 서서히 적응하게 되었다. 첫 날이라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천천히 시내를 한바퀴 돌곤 집으로 향하였다. 특히 자동차만 한 10년 계속 타다보니 기어도 5단까지만 있다는 착각에 빠져 첫날은 6단 기어를 넣어볼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어쨋든 첫 날은 집에와서 맥주를 한잔하고 흐믓하게 잠이 들었다.